Page 222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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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 『퇴옹학보』 제17집
가졌는데, 그것은 ‘분량’의 문제가 아니라 ‘순도’(純度)의 문제이며, 그 점
39)
에서 누구나 평등하다고 하였다. 순도란 불교에서 말하는 <‘불성’을
구족했다는 사실>과 같다.
曰, “不敢.” 先生曰, “衆人皆有之, 況在于中, 却何故謙起來? 謙亦不得.” 于中乃笑受. 又
論, “良知在人, 隨你如何不能泯滅, 雖盜賊亦自知不當爲盜, 喚他做賊, 他還忸怩.” 于中
曰, “只是物欲遮蔽, 良心在內, 自不會失, 如雲自蔽日, 日何嘗失了!” 先生曰, “于中如此聰
明, 他人見不及此.”]
39) 傳習錄」下에는 다음과 같은, 왕양명과 제자 사이의 문답이 있다:
「
희연(希淵)이 여쭈었다. “성인은 배워서 누구나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백이(伯夷)와
이윤(伊尹)은 공자와 비교해보면 재능과 역량이 같지 않는데도 그들을 모두 성인이라 일
컫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성인이 성인인 이유는 오직 그 마음에 순수한 천리가 있고, 인
욕이 섞이지 않았기 때문인데, 마치 순금이 순수한 이유가 오직 그 성분이 충분하고 구리
나 아연이 섞이지 않았기 때문인 것과 같다. 사람은 순수한 천리에 이르러야 비로소 성인
이 되고, 금은 성분이 충분해야 비로소 순금이 된다. 그러나 금의 무게에 가볍고 무거움
이 있는 것처럼, 성인의 재능과 능력도 역시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요(堯)와 순(舜) 임금
은 1만 일(鎰: 금의 무게. 一鎰은 十二兩이나, 혹은 四十兩이라고도 함)과 같고, 문왕과 공
자는 9천 일과 같고, 우(禹)·탕(湯)·무왕(武王)은 7·8천 일과 같고, 백이와 이윤은 4·5천
일과 같다. 재능과 능력은 같지 않으나 순수한 천리를 가진 것은 같기 때문에 모두 성인이
라고 할 수 있다. 무게가 비록 다르더라도 성분이 같다면 모두 순금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
다. 5천일의 금을 1만일 가운데 놓아도 그 성분은 동일하다. 백이와 이윤을 요임금과 공
자 사이에 놓아도 그 순수한 천리는 같다. 순금이 되는 까닭은 순도에 있는 것이지, 무게
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성인이 되는 까닭도 순수한 천리에 있는 것이지 재능과 능력
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보통 사람이라도 배워서 마음을 순수한 천리에 이르
면 성인이 될 수 있다. 마치 한냥의 금을 일만일과 비교한다면 무게는 비록 매우 심하게
차이가 나지만 그 순도에 관해서는 부끄러움이 없는 것과 같다. 맹자가 ‘사람은 모두 요·
순임금과 같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우는 사람들이 성인이 되기를 배우는 것은 인욕을 버리고 천리를 보존하는 것뿐이다.
마치 연금(鍊金)하여 충분한 순도를 구하는 것과 같다. 금의 성분이 순금과 별로 차이나
지 않는다면 제련하는 공정이 줄어들어서 결과가 쉽게 이루어진다. 성분이 떨어지면 떨어
질수록 제련은 더욱 더 어렵게 된다. 사람의 기질도 맑거나 흐리고 순수하거나 혼잡하여
보통 이상의 사람과 보통 이하의 사람이 있다. 도(道)에 관해서도 태어날 때부터 알고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