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1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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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221




               妄想)을 ‘구름’에 비유하고 있다. 일체 중생이 모두 부처와 같은 “절대적

               이고 무한한 능력”을 가졌으니 “무진장한 대광맥이 가슴 속에 있는 것
               을 계발, 소개”한 것이 불교의 가르침(=교학)임을 말한다.

                 이러한 ‘해-구름’, ‘금’(金)의 비유는 왕양명의 논의와 유사하다. 다시

               말하면 양명은 욕망-사욕의 구름이 빛나는 태양을 가렸을 뿐이며 그
                                                                       38)
               것은 태양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경우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본다.  아
               울러 인간(성인, 현인, 범인)은 누구나 마음속에 분량이 다른 금덩어리를




               38)  여러 비유가 있으나 여기서는 「傳習錄」下에 나오는 한 가지만 들기로 한다.

                 건주(虔州)에서 왕우중(王于中), 추겸지(鄒謙之)와 함께 선생님을 모시고 있을 때 선생님
                 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들은 가슴속에  하나의 성인을 각각 지니고 있다. 단지 스스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 스스로 성인을 묻어버리고 말았을 뿐이다.”
                 그리고는 우중을 돌아보면서 말씀하시기를, “네 가슴속도 원래 성인이다.”  우중이 일어나
                 서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것은 그대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인데, 왜 사양하려고 하느
                 냐?”
                 우중이 또 말하기를,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뭇 사람들도 모두 그것을 지니고 있거늘, 하물며 그대에게 있
                 어서랴! 그런데도 무슨 이유로 겸손해 하느냐? 겸손해서는 안 된다.”
                 그러자 우중이 웃으면서 받아들였다.
                 선생님께서 또 논하기를, “사람에게 있는 양지는 그대가 어떻게 하든지 없앨 수 없다. 비
                 록 도적이라 하더라도 역시 도둑질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그
                 를 도적이라고 부르면 그도 역시 부끄러워한다.”
                 우중이 말하기를, “다만 물욕이 막고 가렸을 뿐입니다. 양심은 안에 있으므로 본래 잃어버
                 릴 수 없는 것입니다. 마치 구름이 태양을 가린 것과 같으니, 태양을 어찌 일찍이 잃어버린
                 적이 있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우중은 이처럼 총명하구나! 다른 사람은 이것까지는 살피지 못
                 했다.”
                 [在虔與于中·謙之同侍,  先生曰, “人胸中各有個聖人, 只自信不及, 都自埋倒了.” 因顧于
                 中曰, “爾胸中原是聖人.” 于中起不敢當.  先生曰, “此是爾自家有的, 如何要推?” 于中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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