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8 - 퇴옹학보 제17집
P. 228
228 • 『퇴옹학보』 제17집
후자는 엄숙경건하고 착실한 단계를 통한 자아성취를 제시한다.
왕양명과 주자의 공부론=수행론 도식은 이렇다.
심성론 수행론
☀ 태양 양명의 출발점(심즉리) 본성의 자각 : 돈오 → 치양지
☁☁ 구름 주자의 출발점(성즉리) 욕망의 제어 : 점수 → 격물치지
[도2: 양명과 주자의 심성론·수행론 형식]
퇴옹은 망념을 제거하면 진여 지혜의 무한한 빛을 만나는 견성(見性)
이기에, 망념의 제거와 견성은 ‘하나의 사건’이 된다. 그래서 윤원철은
말한다: “이 명제는 이를테면 각과 불각, 불성과 (굳이 말을 만들자면) 중
생성의 엄격한 구분에 바탕을 둔다고 할 수 있다. 불각의 경지가 완전
히 단절되어야 각이요 중생성(망념)이 완전히 제거되어야 불성(무심무념의
진여성)이 발현한다는 것이다. 또한 불각의 종언이 곧 동시에 불성의 현
전이라고 하는, 두 가지로 서술되는 일이 실제로는 동시성을 가지면서
42)
한 사건을 구성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각-불성Ⓐ, 불각-중생성(망념)Ⓑ’의 ‘엄격한 구분’에서
Ⓑ가 ‘제거-단멸’되어 Ⓐ의 현전으로 가야한다는 치열성을 갖는다. 마
치 주자학에서 ‘기질지성’의 제거에서 ‘본연지성’으로 가듯이 말이다.
이런 대목에서 생각하면 퇴옹의 철학은 순전히 양명학적이라기보다
42) 윤원철(2013), 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