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3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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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233
치지(致知. =치양지) 두 자는 참으로 천고로부터 전승되어 온 성인의 비
전(秘傳)이다. 여기까지 알게 되면 (『중용』에서 말한 바처럼) 백세후의 성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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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물어도 미혹됨이 없는 것” 이라 하여, 다른 것을 밖으로부터 빌어
올 필요가 없다고 확언하였다. 오성자족(吾性自足)하니 외부로부터 구걸
하여 보충하는 방식을 거절하였다.
마찬가지로 퇴옹도 양명처럼, ‘내 마음 속의 광맥은 참으로 값할 수
없는 보배[無價寶]’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대개 지식이 좀 있는 사람들에게 정통으로 가슴을 콱 치면서, “당신
마음 속에 무진장한 광맥이 있으니, 그걸 계발해 보시오.” 하면 모두
좋아하면서, “옳습니다. 알겠습니다.”라고 수긍합니다. 자신들에게
무진장한 광맥이 있으니, 그것을 계발하고자 하면 좋아하면서 광
맥을 캐는 곡괭이를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는 절 3천 배를 하고
참선하는 화두를 배워 가라고 말합니다. 이게 방편일까요? 그것은
그 사람한테서는 방편이 아닙니다. 공부가 있는 사람에게는 방편
이 될지 모르지만 그 사람한테는 방편이 아닙니다. (중략)
내 마음 속의 광맥은 참으로 값할 수 없는 보배[無價寶]인데 그 방
법론을 함부로 가르쳐 줄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그래서 신심(信
心)이 나게 하려고 절 3천 배를 시키는 겁니다. 3천배를 마치고 신
심이 나면, 참선하는 화두 곡괭이를 얻어서 서울 가고 부산 가고
대전 가고 어디든 가서 각자의 광맥을 캐는 것입니다.
‘즉심시불(卽心是佛)’, 즉 마음이 부처라는 이것만이 오직 부처님의
깨침이고 불교의 정신이란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누구든지
53) 傳習錄」下, “此致知二字, 眞是箇千古聖傳之秘, 見到這裏, 百歲以俟聖人而不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