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7 - 퇴옹학보 제17집
P. 237
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237
그리고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설을 붙인다.
여기에서도 공연히 언어와 문자에 끄달려 다른 곳을 더듬고 있었
던 것을 경책하면서 가지마다 잎마다 밖으로 찾았다고 반성한 것
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왕양명의 근본 입각처가 불교와 많이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하루바삐 마음을 돌이켜서
방편설과 삿된 믿음에 얽매이지 말고 내 마음이 오직 부처인줄 알
아서 내 마음 속의 무진장 보물 창고의 문을 열자는 것입니다. 왜
남의 집에 밥 빌어먹으로 다니며 거지노릇을 합니까.
‘사람마다 나침반이 있어’는 대도(大道)에 들어가는 지남침이 있다
는 말입니다. ‘만 가지 변화의 근원이 모두 마음에 있구나’는 모든
것이 다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종전의 잘못된 소견[顚倒見]
을 웃노니, 가지마다 잎마다 밖으로만 찾았구나’는 내 마음을 바로
깨치면 그만인데, 공연히 언어니 문자니 하면서 다른 데 쓸데없이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말입니다. 본체는 놔두고 밖으로만 찾고
있습니다. 『증도가』에 “근본만 얻을 뿐 끝은 근심치 말지니[但得本莫
愁末]”와 같은 말입니다. 나무를 베려면 둥치를 자르면 될 것을 자
꾸 가지와 잎에 집착하여 잎을 따고 가지를 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내서야 되겠습니까. 어리석은 사람은 잎과 가
지에 연연하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둥치를 자릅니다. 그러면 나무
전체가 다 넘어갑니다. 둥치가 넘어가면 즉심즉불(卽心卽佛)인데, 그
것을 모르니 전도견이라고 한 것입니다. 가지치고 잎 따는 방편설
에 집착하여 외변(外邊)으로 헤매는 것을 경책하는 말입니다.
소리도 냄새도 없는 것을 홀로 알 때에 이것이 만유의 기틀이다, 즉
근본입니다. 무성무취(無聲無臭)한 마음자리를 말합니다. 이 마음 속
에는 모든 것이 구비해 있는데, 이 마음이 바로 만물의 근본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