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4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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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 『퇴옹학보』 제17집
자기 마음을 깨치고 성불해야지 그냥 입으로만 지껄여서는 안 됩
니다. 이것이 불교에 있어 만고의 철칙입니다.
54)
퇴옹은 ‘3천배’는 ‘마음 속에 무진장한 광맥’을 캐는 신심이 나게 하
고, 참선하는 화두 곡괭이를 얻도록 하는 훈련이라고 한다. 이 점은 왕
55)
양명의 ‘심신지학’과도 통한다. ‘몸과 마음으로 하는 학문’(身心之學)으
로 생각하였던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온몸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
는 학문’인 것이다. 왕양명 또한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신심지학, 체인’
의 공부를 말한다.
그대들은 여기서 기필코 성인이 되겠다는 마음을 세우는 데 힘써야
한다. 반드시 몽둥이로 한 대 내려치면 한 줄기 맷자국이 남고, 손
바닥으로 한 대 내려치면 손바닥만한 핏자국이 생기도록 시시각각
절실하게 힘써야 비로소 내 말을 알아듣고 구절마다 힘을 얻을 수
있다. 만약 흐리멍텅하게 세월만 보낸다면 마치 한 덩어리의 죽은
육신이 때려도 아픔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아서 끝내 일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다만 종래의 기량을 찾을 수 있
54) 퇴옹성철(2019), 63-64.
55) 왕양명은 “세상에는 功利辭章에 빠져서 ‘身心之學’이 있는 줄을 모른다(學者溺於辭章記
誦, 不復知有身心之學)」(『양명집』)』 권25 , 「祭元山席尙書文」)고 하였다. 다른 곳에서도,
「배우는 자는 辭章記誦에 빠져 다시 ‘身心之學’이 있는 줄을 모른다. 선생은 首倡하여
이것을 말하고 사람들에게 우선 聖人이 되고자 하는 뜻을 세우도록 하였다(是年先生
門人始進, 學者溺於辭章記誦, 不復知有身心之學, 先生首倡言之, 使人先立必爲聖人之
志)」(『양명집』 권33, 「연보」34세조)라는 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