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6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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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 『퇴옹학보』 제17집
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전제군주제를 대변하는 형국이 되었습
니다. 이들은 철저한 아부파라 할 수 있는데 왕양명은 그런 사람
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우주의 근본원리에 의지해서 법을 설명한
사람이지 아부파가 아닙니다. 그래서 철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육상산(陸象山)과 왕양명의 양명학이 주자학보다 난
다는 것을 동양철학자들이 모두 인정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퇴옹은 양명의 ‘양지를 읊다’[詠良知]라는 시를 든다.
사람사람마다 나침반이 있어
만가지 변화의 근원이 모두 마음에 있구나
종전의 잘못된 소견을 웃노니
가지마다 잎마다 밖으로만 찾았구나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는 것을 홀로 알 때
이것이 하늘과 땅 만유의 기틀이로다.
자기 집의 무진장 보화를 버리고
남의 집을 돌며 밥그릇 들고 거지 노릇 하는구나.
人人自有定盤針하야 萬化根緣總在心이라
却笑笑前顚倒見하노니 枝枝葉葉外頭尋이로다
無聲無臭獨知時에 此是乾坤萬有基라
抛却自家無盡藏하고 沿門持鉢效貧兒로다
- 王陽明, 「詠良知四首示諸生」中 제3수와 제4수 57)
57) 陽明集』권22, 「居越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