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5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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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235
을 뿐이니, 어찌 애석하지 않겠느냐? 56)
이처럼 사상마련의 공부는 일상생활에서 자신에게 참으로 철저하게
하는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몽둥이와 주먹에 맞아 피가 솟아나고 몸에
자국이 날 때처럼 긴장하는 것”은 흐리멍텅하고 무감각한 몸을 마음과
바깥 사물 전체와 긴장감 있게 공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부를 자기 것
으로 절실하게 받아들이고 깨닫는 것, 즉 체인(體認)을 말한다. 체인이
들어있는 것이 심신지학이다.
4. 퇴옹의 ‘왕양명, 양명학’ 이해
이렇게 차츰 좁혀 가다보면 퇴옹과 양명이 만나는 장면을 본다. 드디
어 퇴옹과 양명은 ‘마음이라는 무진보고’, 심즉리라는 논지에서 만난다.
퇴옹의 ‘즉심즉불’은 양명의 심즉리이다.
퇴옹은 <5. 왕양명의 거지노릇>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왕양명(王陽明)의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유교에 주자학파(朱子
學派)와 양명학파(陽明學派)가 있습니다. 당시는 전제군주제로 백성
을 억압하려는 사람들이 주자학파를 이용하여 백성들을 부리면서
정치하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주자학파가 관학(官學)이 되어서 백
56) 傳習錄」下: 先生曰, “諸公在此, 務要立箇必爲聖人之心, 時時刻刻, 須是一棒一條痕, 一
「
摑一掌血, 方能聽吾說話, 句句得力. 若茫茫蕩蕩度日, 譬如一塊死肉, 打也不知得痛癢,
恐終不濟事. 回家只尋得舊時伎倆而已, 豈不惜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