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0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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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 『퇴옹학보』 제17집
서 구해야 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다만 외형만을 구하고 훈고
(訓詁) 등의 지엽말절에 끌려서 이것이 《육경》이라고 완고하게 주장
하고 있다. 이것은 비유해서 말하면 다음과 같다. 부자의 아들이
나 손자가 자기 집의 부동산이나 창고에 축적된 재산을 소중히 지
켜서 그것을 생활에 이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나날이 그
것을 잃어버리고, 그로 인하여 가난해져 거지가 된다 하더라도, 자
기 집의 재산 목록을 남에게 펼쳐 보이며 이것이 내 집의 부동산
이며 재산이라고 말하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62)
양명은 기본적으로 “성현이 남긴 가르침은 본래 ‘글은 말로써 표현할
수 있는 바를 다 나타내지 못하고 말은 생각을 다 나타내지 못한다.”(書
不盡言, 言不盡意)(『周易』 「繫辭傳」上)」는 입장에서 경전을 바라본다.
무릇 경서를 보는 것은 나의 양지를 실현하고 배움에 보탬이 있는
것을 취하는 데 있을 뿐이다. 즉 천만경전(千經萬典)도 자유 자재로
나에게 모두 쓸모 있는 바가 된다. 일단 그것에 얽매이고 이것저것
62) 陽明集』卷7, 「稽山書院尊經閣記」 : 經常道也, ……六經者非他吾心之常道也, ……聖人之
『
扶人極, 憂後世而述六經也, 猶之富家者之父祖, 慮其産業庫藏之積, 其子孫者, 或之於遺
忘散失, 卒困窮而無以自全也, 而記籍其家之所有, 以始之, 使之世守其産業庫藏之實積,
而享用焉, 以免於困窮之患, 故六經者, 吾心之其籍也, 而六經之實, 則具於吾心, 猶之産
業庫藏之實積, 種種色色, 具尊於其家, 其記籍者, 特名狀數目而已, 而世之學者, 不知求
六經之實於吾心, 而徒考索於影響之間, 牽制於文義之末, 硜硜然以爲是六經矣, 是猶富
家之子孫, 不務守視享用其産業庫藏之實積, 日遺忘散失, 至於寠人丐夫, 而猶囂囂然指
其記籍, 曰斯吾産業庫藏之實積也, 何以異於是, ……嗚呼, 六經之學, 其不明於世, 非一
朝一夕之故矣, ……, 嗚呼, 世之學者, 得吾說, 而求諸其心焉, 其亦庶乎知所以以爲尊經也
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