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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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 『퇴옹학보』 제17집
해야 가능성이 현실성으로 변한다. ‘먼지를 털어내는’ 수행이 반드시 필
요하다. ‘심성본정(心性本淨)’이라는 가능성이 중생들에게 자신감과 자존
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소염(所染)’된 ‘객진(客塵)’을 털어내려는 노력이
없으면 가능성이 현실성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
다. 이런 점을 암시하므로 인용문 [7]·[8]·[9]·[10]·[11]이 중요하다. 이
로써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가?’가 해결됐다. 그러면 ‘어떻게’ 깨달을 것
인가?
깨달음, 즉 해탈은 ‘마음’과 ‘번뇌’의 관계에 대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
마음과 번뇌는 ‘같은 것’[一]인가? ‘다른 것’[異]인가? 마음과 번뇌가 같은
것이라면 영원히 깨달을 수 없다. 같은 것인데 어떻게 해탈하겠는가! 항
상 번뇌에 싸여 있을 뿐이다. 마음과 번뇌가 다른 것이라면 해탈은 불가
능하지 않다. 번뇌를 털어 내거나 제거하면 된다. 상좌부(上座部), 화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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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化地部), 독자부(犢子部), 법장부(法藏部) 등 상좌부 계통의 부파 는 번뇌
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수면(隨眠)’과 ‘전(纏)’이 그것이다. 수면은 번뇌
의 습기(習氣) 같은 것이다. 잠들어 있는 상태와 같은 번뇌로, 잠재된 번
뇌다. 필요한 조건을 만나기만 하면 나타난다. 수면은 마음과 서로 상응
(相應)하는 번뇌는 아니다[不相應]. 성욕과 같은 것이다. 평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어떤 조건과 부딪히면 나타난다. 중생들이 쉽게 통제할 수 있는
번뇌가 아니다. 전(纏)은 현재 움직이는 번뇌, 즉 현행(現行)의 번뇌다. 부
64) 부파의 성립과 전개는 상당히 복잡하다. 『대사(大史)』와 『도사(島史)』 등이 주장하는 계
보, 『이부종륜론(異部宗輪論)』이 주장하는 계보, 대중부(大衆部)가 주장하는 계보 등이
서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부파 분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印順(2011b), 269-301을 참
고하라. 본고는 ‘呂澄(2005), 34’에 있는 계보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