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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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불학체계와 그 특징 • 43
된 생각에 편중된 망염식(妄染識)이다. 일체 만물과 현상은 아뢰야식이
변화해 나타난다. 아뢰야식을 제외한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 말
나식[前七識] 등이 만물과 현상을 보고 듣고 이해하고 파악한 뒤 아뢰야
식에 다시 인상(印象)·영향력을 남긴다. 이것이 훈습(薰習)이다. 훈습으로
종자가 만들어지므로 종자는 결국 ‘인식(認識)’으로 이뤄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종자가 조건과 인연을 만나면 나타나므로[現行] 심라만상도 종자
가 현행한 작품에 불과하다. 결국, 아뢰야식 → 종자 → 현행 → 훈습
→ 종자 → 아뢰야식의 순환을 밟는 셈이다.
아뢰야식은 수많은 종자(種子)로 이뤄졌다. 종자는 ‘개념적·언어적 존
75)
재’ 로, 의타기성(依他起性)의 ‘타(他)’는 바로 이 개념적 종자를 가리키
며, 이들은 아뢰야식 안에 있으며 아뢰야식에 의지해 존재한다. 종자에
는 무루종자(無漏種子)와 유루종자(有漏種子)가 있다. 유루종자는 현상세
계를 나타나게 하는 근원이며, 무루종자는 청정한 불계(佛界)의 근원이
다. 무루종자는 아뢰야식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갖가지 번뇌에 물
들고 오염된 것이 중생의 본성(本性)이며, 아뢰야식에 내장된 무루종자
는 손님의 위치에 머물러 있고, 무루종자는 번뇌에 물든 중생의 본성을
결코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이 유식파의 주장이다. 따라서 수행을 통해
아뢰야식에 내재된 유루종자의 성질을 바꾸지 않으면 유루종자는 영원
76)
히 유루종자로, 무루종자는 영원히 무루종자로 남게 된다.
75) 呂澄(2005), 173.
76) 심성본부정설(心性本不淨說)을 계승·발전시킨 학설이 유식파의 ‘팔식설(八識說)’임을 확
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