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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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불학체계와 그 특징 • 41
‘법아(法我)’에 대한 집착을 일소하고 일체 사물의 진실한 모습, 즉 비유
비무(非有非無)의 실상(實相)을 체득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인생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찰나적인 원소의 화합이며, 원소 역시 인과 연의 결합으로
생긴 순간적인 존재일 뿐, 이러한 일체 사물의 실상(實相)인 ‘공성(空性)’
을 체득하는 것이 바로 열반이라고 주창했다. “획득되는 것도 아니고 도
달되는 것도 아니며, 끊어지는 것도 아니고 항상 있는 것도 아니며, 태
어난 것도 아니고 소멸하는 것도 아닌 것, 이것을 열반이라고 한다.” 71)
는 게송이 중관파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모든 존재의 참다운 모습과 세
계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는 적지 않은 공헌을 한 중관파지만 ‘심성(心性)
문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중관파에 뒤이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타난 여래장파와 유식파는 ‘심
성본정(心性本淨)’과 ‘심성본부정(心性本不淨)’이라는 부파불교의 심성설을
발전시켰다. 『승만경』, 『부증불감경』, 『대방등여래장경』 등 이른바 여래
장계에 속하는 일군의 경전들은 ‘법신은 상주하고 모든 곳에 존재 한다’
[法身常住遍滿]는 사상과 ‘붓다의 대비정신(大悲情神)’을 결합시켜 심성(心性)
72)
사상을 발전시켰다. 붓다의 본질이자 진리 자체인 법신은 모든 곳에
존재하고, 모든 존재에 내재하는 법신이 곧 법성(法性, 진리의 본성)으로
이 법성은 깨끗하고[淸淨], 태어남과 사라짐이 없다[不生不滅]. 당연히 중
생들의 몸 속에도 법성은 존재하고, 중생들의 심성은 청정하다. 바로 자
71) 『中論』(T30, 34c), “無得亦無至, 不斷亦不常, 不生亦不滅, 是說名涅槃.”
72) 楊維中(200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