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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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불학체계와 그 특징 • 47
지 완전히 떨치고 오매일여 숙면일여의 경계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견성이다.” 83)
84)
화두를 들고 수행해 동정일여, 몽중일여, 숙면일여의 경계 를 투과
하면 유루종자의 성질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퇴옹이 명쾌하게 제시
해 놓았다. 제1식부터 제5식에 있는 유루종자를 바꾸면 성소작지(成所
作智), 제6식의 유루종자를 바꾸면 묘관찰지(妙觀察智), 제7식의 유루종
자를 바꾸면 평등성지(平等性智), 제8식의 유루종자를 바꾸면 대원경지
85)
(大圓鏡智)를 각각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선문정로』가 『대반열반경』·
『대승기신론』 등 경론(經論)에 의거해 자신의 주장을 논증하는 ‘성언량
(聖言量) 방식’을 채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감각기관으로 대상을 인식하
는 ‘현량(現量)’이나 삼지작법(三支作法)의 논식으로 진리를 파악하는 ‘비
량(比量) 방식’으로 깨달음을 논증하기는 매우 어렵고, 거의 불가능에 가
깝다. 친히 깨침을 현증(現證)하거나 증득한 사람이 남긴 글이나 논을
통해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방식을 퇴옹이 택한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83) 퇴옹(2007), 75-76.
84) 이것이 이른바 ‘퇴옹삼관’(退翁三關)이다.
85) 이것을 전식득지(轉識得智)라 한다. 『成唯識論』(T31, 56b), “此轉有漏八七六五識相應品
如次而得. 智雖非識, 而依識轉, 識爲主故, 說轉識得. 又有漏位, 智劣識强; 無漏位中, 智
强識劣. 爲勸有情依智捨識, 故說轉八識而得此四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