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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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퇴옹학보』 제17집




            3. 『본지풍광』 - 이문설증[以文說證, 문자로 깨침의 세계를 말하다]



               깨침의 경계[果]인 ‘본지풍광(本地風光)’은 언어로 해독할 수 있는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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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니나  문자로 기록된 『본지풍광·설화(說話) - 무엇이 너의 본래
            면목이냐』는 언어로 풀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것만도 아니다. “언어 문
            자로 반야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언어 문자가 아니면 반야를 전달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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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고” , “말이 아니면 그나마 달을 가리키지” 도 못하며, “문자는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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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
            리를 전달하는 도구” 이므로 부득이 글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한 번
            해석에 떨어지면 즉시 오류로 변하고, 말로 설파하면 이미 진실이 아니

            다.”는 선문(禪門)의 불문율을 잊어서도 안 되지만 “말과 문자는 모두 해
            탈의 모습이고, 문자를 떠나지 않고 해탈을 설명한다.” 는 『유마경』의
                                                            90)
            가르침도 소중하다.
               종문의 91가지 이야기와 9가지 낙수법어(落穗法語)로 구성된 『본지풍

            광』은 쉽게 해독되는 책은 아니다. ‘경(境)’과 ‘수(修)’를 거쳐 ‘과(果)’에 도

            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듯 난해하다. 모든 문
            장에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다. 건성으로 읽으면 이해되는 듯이 보이





            86) 『汾陽無德禪師語錄』(T47, 596b), “夫大道之源, 言詮罔及.”
            87) 「般若無知論」(T45, 153c), “言雖不能言, 然非言無以傳.”
            88)  현사사비(玄沙師備, 835-908)는 “나에게 정법안장이 있으니 대가섭에 맡긴다.”는 붓다의
               말을 ‘화월(話月)’로, 불자(拂子)를 치켜든 혜능의 태도를 ‘지월(指月)’로 표현했다. 말과 손
               가락으로 달을 가리킨다는 의미다. 『五燈會元』(권제7, 397), “吾有正法眼藏, 付囑大迦葉,
               我道猶如話月. 曹溪竪拂子還如指月.”
            89) 周敦頥(1990), 35. “文, 所以載道也.”
            90) 『維摩詰所說經』(T14, 548a), “言說文字, 皆解脫相. … 無離文字, 說解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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