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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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 『퇴옹학보』 제17집
그대들의 머리 위에 뿌리리라.” 91)
‘수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비슷한 장면이
『임제록』에 있다.
[2] “어떤 수행자가 ‘무엇이 부처님 가르침의 큰 뜻입니까?’라고 묻
자, 임제가 불자(拂子)를 들었다. 그 수행자가 소리 지르자, 임제가
곧바로 때렸다. 그 수행자가 다시 ‘무엇이 부처님 가르침의 큰 뜻입
니까?’라고 묻자, 임제는 역시 불자를 들었다. 그 수행자가 소리 지
르자 임제도 소리 질렀다. 그 수행자가 머뭇거리며 생각하자[擬議]
92)
임제가 곧바로 때렸다.”
질문에 불자(拂子)를 들고, 고함 지르고 때리는 임제의 행동이 이해되
기 어려운 것처럼 인용문 [1]의 내용도 그렇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기 어렵다. 머뭇거리며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아니 언어와
생각의 길을 끊어 버렸다. ‘머뭇거리며 생각하는’ 수행자를 임제가 때린
장면에 해답의 조그마한 길이 보인다. ‘의의(擬議)’는 『주역정의(周易正義)』
「계사(繫辭) 상(上)」에 보이는, “헤아린 다음 말하고, 따져 본 다음 움직
93)
이니, 헤아리고 따져 그 변화를 이룬다.” 는 구절에 나오는 말이다. 「계
91) 퇴옹(2020), 17-18.
92) 五燈會元』(권제11, 648). “僧問: ‘如何是佛法大意?’ 師竪起拂子. 僧便喝, 師便打. 又僧
『
問: ‘如何是佛法大意?’ 師亦竪拂子. 僧便喝, 師亦喝. 僧擬議, 師便打.”
93) 『十三經注疏整理本1 周易正義』(324), “擬之而後言, 議之而後動, 擬議以成其變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