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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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불학체계와 그 특징 • 55
것’[去時]과 동일한 것[一]도 아니고 완전히 다른 것[異]도 아니다. 인용문
[4]는 가는 것(간다)’[去]이 ‘이미 가버린 것’[已去], ‘아직 가지 않은 것’[未去],
‘지금 가는 중인 것’[去時]과 ‘동일한 것’[一]이 아님을 보여준다. 동일한 것
일 수가 없다. 인용문 [6]과 [7]은 ‘가는 것(간다)’[去]을 떠나 ‘지금 가는
중인 것’[去時]이 있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즉 둘은 ‘다른 것’[異]이 아니
다. (과거의)‘가는 것(간다)’[去]과 ‘이미 가버린 것’[已去], (미래의)‘가는 것(간
다)’[去]과 ‘아직 가지 않은 것’[未去] 사이의 관계 역시 ‘다른 것’[異]이 아니
다. ‘가는 것(간다)’[去]을 떠나 ‘이미 가버린 것’[已去], ‘아직 가지 않은 것’
[未去] 등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가는 것(간다)’[去]과 ‘이미 가버린 것’[已去]·아직 가지 않은
‘
것’[未去]·지금 가는 중인 것’[去時]의 관계는 ‘같은 것’[一]도 아니고 ‘다른
‘
것’[異]도 아니다. 불일불이(不一不異)의 관계다. ‘불일불이’는 둘의 관계가
‘공(空)’임을 증명하는 방식이므로 인용문 [8]이 보여주듯 ‘가는 작용’[去
法]을 얻을 수 없다[不可得]. 가는 것(간다)[去], 이미 가버린 것[已去], 아직
가지 않은 것[未去], 지금 가는 중인 것[去時] 등을 떠나 ‘가는 작용’[去法]
역시 있을 수 없다. ‘가는 것(간다)’[去]을 A로, ‘이미 가버린 것’[已去]·‘아
‘
직 가지 않은 것’[未去]·지금 가는 중인 것’[去時]을 B로, ‘가는 작용’[去法]
을 C로 환치하면 A가 없으면 B가 있을 수 없고, B가 없으면 A가 있을
수 없다. A와 B가 없으면 C역시 있을 수 없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 기
다리는’ 상의상대(相依相待)의 관계는 공(空)이며, 공은 바로 중도(中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