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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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 『퇴옹학보』 제17집
자 연기(緣起)이다. 103) A와 B를 세간의 진리인 세속제, C를 최고의 진리
인 승의제로 본다면 A와 B가 없다면 C도 없게 된다. 그래서 용수가
“만약 세속제에 의지하지 않으면 승의제를 얻을 수 없다. 승의제를 얻지
못하면 열반을 얻을 수 없다.” 104) 고 말한 것이다. 「관거래품(觀去來品) 제
이(第二)」를 좀 더 분석해 보자.
[9] “가는 작용이 곧 가는 사람인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가는 작
용과 가는 사람이 다른 일도 있을 수 없다.” 105)
[10] “만약 가는 작용이 그대로 가는 사람이 되면, (업을) 짓는 사람
과 업을 짓는 것이 하나가 된다.” 106)
[11] “만약 가는 작용이 가는 사람과 다르다고 하면, 가는 사람을
떠나 가는 것이 있거나 가는 것을 떠나 가는 사람이 있게 된다.” 107)
[12] “가는 것과 가는 사람 둘이 만약 같거나 다르다면, 두 경우 모
두 성립하지 않는다,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는가?” 108)
‘가는 작용’[去法, D]과 ‘가는 사람’[去者, E]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같은
것’[一]도 아니고 ‘다른 것’[異]도 아니다. D와 E의 관계 역시 공의 관계
며, 공은 중도이자 연기이다. ‘같은 것’[一]도 아니고 ‘다른 것’[異]도 아니
103) 中論』(T30, 34b), “衆因緣生法, 我說卽是無. 亦爲是假名, 亦是中道義.” 여기서 무(無)는
『
공(空), 즉 공성(空性)을 말한다.
104) 『中論』(T30, 34a), “若不依俗諦, 不得第一義. 不得第一義, 則不得涅槃.”
105) 『中論』(T30, 5a), “去法卽去者, 是事則不然. 去法異去者, 是事亦不然.”
106) 『中論』(T30, 5a), “若謂於去法, 卽爲是去者. 作者及作業, 是事則爲一.”
107) 『中論』(T30, 5a), “若謂於去法, 有異於去者. 離去者有去, 離去有去者.”
108) 『中論』(T30, 5b), “去去者是二, 若一異法成. 二門俱不成, 云何當有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