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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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의 중도사상과 퇴옹성철의 이해  • 79




               측면에서 중도(中道)로도 해석될 수 있고 ‘이해와 지성’이란 측면에서 견

               해와 관점을 의미하는 중관(中觀)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깟짜야나곳따 숫따(Kaccāyanagotta sutta)의 빨리본 한역본

               범본을 비교해보면 어떤 사실을 알 수 있을까? 첫째, 빨리본에서 단순

               히  ‘중간인  것’으로  이야기된  것이  한문본과  범본에서  중도(中道,
               madhyamapratipad)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빨리어에

               서 paṭipadā라는 용어가 ‘수단과 방법’이란 의미에서 주로 수행적인 측
               면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즉, 12연기를 순관과 역관으로 관조한다

               고 하는 이성적이고 지적인 측면이 사라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때 한문본과 범본에서 道 또는 pratipad가 적용될 수 있었던
               것에는 아마도 이 용어가 적용될 때 그 의미가 ‘수단과 방법’에서 ‘견해

               와 관점’을 포괄하는 것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둘
               째, 빨리본에서 단순히 있다(atthi)와 없다(natthi)라는 유무중도에 가까

               운 것으로 설명된 것이 한문본과 범본에서는 있는 상태에 있다(有者,

               astitā)와 없는 상태에 있다(無者 nāstitā)라는 추상적 의미로 확장되어 있
               으며 사실상 상주론(śāsvatavāda)과 단멸론(ucchedavāda) 사이의 중도라

               고 하는 단상중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즉, 중도가 교리적으로 발전해나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셋째, 빨리본에서는 12연기의 순관
               과 역관이 바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 한문본과 범본에서는 연기공식

               이 먼저 나타나고 12연기의 순관과 역관이 이어진다. “이것이 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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