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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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 『퇴옹학보』 제18집
상황에 따라 일어나 자취를 드러내면 생겨나고, 자취를 그치게 하면 없
어진다. 생겨난 것은 유여열반이라 하고, 없어진 것을 무여열반” 131) 이라
고 하며, 무여와 유여를 구분하지 않는 승조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성철이 승조와 달리 무여열반을 중시하는 것은 성철사상의 핵심이 ‘수
행의 철저함’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천 강조는 중도관에서 유와 무, 선과 악 등 상대적 대립에
근거한 현실세계 부정, 일상 언어의 분별 인식에 대한 강한 부정, 돈오
와 점수의 대립의 강화, 궁극의 경지인 열반에서 유여와 무여의 대립 등
의 경향과 모두 연결되는 일관성 있는 흐름이다. 이 대립성은 중도의 약
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는 실천을 더 강하게 하려는 구조적 기반으로
서, 단일화, 절대화, 실체화될 때 그 실천이 더욱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그 사상의 정통으로 여겨지는 혜능과 선종, 더 거슬러 올
라가면 『열반경』을 통해 佛性 사상을 처음 중국에 전개한 축도생에게 이
미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
Ⅳ. 中道觀 차이의 배경
위에서 승조와 성철 모두 중도사상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도
의 이해와 실천에 있어 각각 차이가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러면 이에 대
131) 「涅槃無名論」(T45, 1858), “其爲稱也, 因應而作, 顯跡爲生, 息跡爲滅. 生名有餘, 滅名無
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