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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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 『퇴옹학보』 제18집
중도의 원리를 깨우치는 구경각에 도달함을 강조한다. 이 방법은 그가
佛祖로 삼는 혜능의 “공안을 참구함이 첩경” 105) 이라는 관점을 이어받은
것으로, 예전 스님들이 던진 질문들을 모아놓은 公案을 참구하는 것이
다. 이 때 일체 만사를 잊고 오직 부처와 조사의 공안을 밤낮으로 참구
하여 게을리하지 않으면 견성의 성불 106) 을 하게 된다.
성철의 이러한 실천과정은 구체성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공부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수좌 5계(잠, 말하기, 문자 보기, 과식, 돌아다니기를 적게 할
것) 107) 나 수행을 위해 세 가지 피해야 할 것들(돈, 이성, 명예)을 제시한다.
또한 성철은 공공의 결사와 다짐을 위한 납자 십계, 서원문, 공주규약,
수학 요강 등 계율과 관련된 많은 글 108) 을 썼는데, 이는 수행의 근본은
철저한 계율에 있으므로 계율을 지키지 못하면 화두 공부를 할 자격이
없을 정도로 이를 중시함 109) 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러한 수행의 수준이라든가 구체성이 있다는 것이 漸修의 실
천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철저하게 돈오를 강조한다. 그는
선종은 둘러가는 길은 가르치지 않고 오직 漸次가 없는 頓으로 곧바로
110)
성불하는 길을 지시한다 고 한다. “미혹하여 들으면 미래겁이 다하도
111)
록 시간이 걸리나 깨치는 데는 찰나간” 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돈오하
105) 성철(1993a), 3.
106) 성철(1993a), 224.
107) 성철(1993b), 196-7.
108) 고영섭(2019), 33.
109) 오용석(2018), 40-41.
110) 성철(2014c), 302.
111) 성철(1991), 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