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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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 『퇴옹학보』 제18집
각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간다는 역설적 의미에서 그도 적극적 현실 참
여를 실행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성철과 승조는 당시 정치
사회적 현실에 대한 대응에서 일단은 차이가 있지만, 특히 성철의 역설
적 현실 참여를 생각한다면 다르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승조가 현실에
직접 참여하며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고자 한 반면, 성철은 현실을 떠남
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이상에 맞도록 현실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승조
는 당시 특히 현실 정치 상황을 적극 수용하며 불교의 진리, 반야공 사
상을 전파하고자 하고, 성철은 당시 불교의 부정적 상황을 비판하고 거
부하며 불교의 위상을 높이고자 한다.
그러므로 출세와 속세를 분리하지 않는 중도의 일반적 관점에서 보면
일단 승조는 좀 더 이 측면에 충실해 보이고, 당시 현실을 문제투성이로
만 보거나 출세간만을 중시하는 성철의 경향은 중도적 관점에서 멀어지
는 듯 하다. 그런데 후대의 평가를 포함한 역사적 결과의 측면에서 보면
승조는 중도적 이상 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 고유의 실체론적 경향이
내재된 도생 이후 중국 불교계에서 그 사상이 충실하게 이어지지 못한
다는 점에서 중국 본토에서는 그의 중도의 실현이 충실해 보이지 않는
다. 반면 성철이 역설적 현실 참여의 결과를 이룬 것이라면 그의 중도도
구현된 것이 아닐까? 그는 당대 불교를 둘러싼 현실적 문제들에 원칙적
150)
이고 근본주의적 대응을 하지만 오히려 상당한 성공을 거두기 때문
이다. 이는 현실에 직접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그 현실을 견인하
150) 박태원(2006), 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