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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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 『퇴옹학보』 제18집




            깨닫는 것이므로 깨달음의 단계는 있지 않다고 여긴다. 물론 도생이 점

            수를 없애지 않고 수행을 통해 번뇌를 없앤다고 한 것은 돈오만 주장하
            는 선종과 커다란 차이를         162)  보여주기도 한다.

               다음으로 영향력 면에서 보면 승조는 그 사상의 핵심이 전해진 것은

            길장의 삼론종 중심       163) 인데 비해 도생의 사상은 그 이후 중국불교의 주
            류를 형성하며      164)  중국 불교사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지니므로 둘 사이

            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길장이 승조를 칭찬하면서도 도생을 비판하

            는 이유는 승조가 有無의 극복을 통해 현상 이면에 실체가 없음을 밝혔
            다고 보고 승조는 선양한 반면, 성불하게 하는 진리 그 자체가 있다는

            도생의 주장은 실체론의 오류에 빠지는 것으로 보고 승조의 空觀에 동
            의한  165)  때문이다. 이는 승조의 핵심 사상이 그대로 길장에게는 잘 이어

            졌음을 말한다.     166)  즉 ‘相卽’을 강조하는 승조는 중관학설의 영향을 강

            하게 받는다. 반면에 진여의 원리 규명에 골몰한 도생은 상즉보다는 진
                           167)
            제 자체 강조한다.  이 때 도생 이후 중국 불교 사상은 모두 도생의 길
            을 따라 발전한다.      168)




            162) 楊維中(2006), 75.
            163)  물론 승조의 사상은 그 사상이 가장 잘 계승된 삼론종은 물론이고, 중국 불교의 각
                종파인 천태, 화엄, 선종이 그 영향을 받는(洪修平 釋譯(1996), 19.) 측면도 있다 할 것
                이다.
            164) 이현옥(2005), 236.
            165) 이현옥(2005), 244-251.
            166)  일반적으로 삼론학의 시초는 반야공 사상이 구마라집에서 시작되어 승조에게 이어진
                구삼론이고, 이후 길장의 반야공 사상은 신삼론으로 불린다.
            167) 하유진(2008), 133.
            168) 쉬샤오위에, 김진무 역(2000),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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