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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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 『퇴옹학보』 제18집
사고 176) 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승조 저작에 주석을 단 천태종 고승 遵
式이 말하는 理는 본체이고, 그 저작에 또 다른 주석을 한 화엄종 사상
가 淨源의 ‘妙心’도 최고의 본체로서 모든 만물이 이 본원에서 생겨난
다. 177) 이러한 수당 불교의 발전에서 특히 선종은 불교의 중국화의 측면
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승조 이후 중관학은 현학에서 독립했으나 그
178)
현학은 다시 은퇴하지 않는 특징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혜능은 인도
전통과 완전히 성격을 달리하여 中國禪이라는 새로운 禪門을 처음 열어
젖힌 開祖 179) 라고도 여겨진다. 이러한 측면은 승조나 길장 방식의 空
觀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것이다.
한편 성철의 학문적 상황은 승조의 경우와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같은 점은 특정의 서적을 읽은 후 출가한다는 것과 사상 초기와
후기가 일관된 흐름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점은 그 특정 서적
의 사상이 같지 않고, 서로 다른 책의 선택에는 어린 시절의 개인적 성
향도 이미 반영되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즉 승조의 초기 사상에 커다
란 영향을 준 것이 입세와 출세의 미분리를 말하는 『유마경』이라면 성
철의 경우는 永嘉의 『證道歌』인데, 사상적 차이가 있다. 그의 출가를 결
심하게 한 이 책은 캄캄한 밤중에 횃불을 만난 것처럼, 젊은 시절 지적
으로 방황하는 성철에게 갈 길을 환히 비추는 180) 이정표 역할을 한다.
176) 김용수(2002), 225.
177) 張春波(2010), 10-14.
178) 羅因(2003), 379.
179) 鈴木大拙, 박용길 역(1997), 159.
180) 성철(1993), 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