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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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법장의 교판론과 퇴옹성철의 불교관 비교 연구 • 145





               않기 때문이다.     14)

                 말법시대의 범부에게 있어서 깨달음은 지난한 것이고 불가능에 가까
               운 것이다. 삼계교의 보경인악설은 그 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반면 화

               엄종은 ‘일즉일체 일체즉일(一卽一切 一切卽一)’ ‘일중일체 일체중일(一中一

               切 一切中一)’을 강조한다. 곧 하나하나의 개인과 전체의 상호의존 관계를
               강조함과 더불어 하나하나의 개인의 온전함이 강조되는 것이다. ‘배자

                                                     15)
               체불(拜自體佛)’을 강조하는 의상계에 이르면,  수행자 개개인의 온전함
               과 주체적 능동성은 더 극적으로 강조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셋째, 법상종과의 차별화 문제이다. 법상종은 현장(玄奘)의 신역(新譯)

               경론에 의지하여 일분불성(一分不成)을 강조하였으며, 당(唐) 태종과 고종
               치세의 전반기에 크게 부각되었다. 현실적으로 지엄-법장으로 이어지는

               화엄종의 입장에서는 현존하는 경쟁의 대상이었다. 더욱이 현장-규기

               (窺基)로 이어지면서 강조된 오성각별설(五性各別說)에 기반한 일분불성(一
               分不成)의 주장은 일체개성을 넘어 본래성 현전의 당위를 주장하였던 화

               엄종의 입장과 상반되는 측면 역시 존재했다고 생각된다.
                 이상에서 화엄종 교판이 등장하는 사상사적 배경을 간략하게 언급

               하였다. 화엄의 5교10종판, 특히 대승경론에 대한 판석은 『화엄경』에서

               강조하였다고 생각되는 ‘일체개성’의 현현,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추궁되
               어지는 개개인의 존재적 온전성과 이에 따른 평등의 구현이라는 당위성

               에 대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의 지향을 의도한 것이었다고 생각된




               14) 이 부분에 대한 좀 더 상세한 내용은 석길암(2012), pp.160-164를 참조하기 바람.
               15) 위와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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