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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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 『퇴옹학보』 제18집
다. 『화엄경』은 이것을 ‘성기(性起)’[60권화엄] ‘여래출현(如來出現)’[80권화
엄]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것은 ‘붓다의 정각=교화’라는 관점에 의해
동체대비행[교화행]이라는 측면에서 붓다를 포착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
각된다. 그리고 화엄교판은 이 점을 부각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의해야 할 것은 화엄교학과 화엄교판이 법장 1인에게 집약되어 나
타난 결과물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이 정리의 내용이 화엄교학과 화엄
교판을 중심에 둔 상태에서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화엄교
학과 화엄교판 역시 당대인의 사상사와 현실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성립된 대응의 한 체계로서 파악되어야 한다. 물론 그것이 유효했는가
하는 점은 또 다른 차원의 논의일 것이다.
Ⅳ. 퇴옹의 화엄교판 해석, 그 관점
그렇다면 퇴옹은 화엄교판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하는 점을 살
펴보기로 하자.
우선 ‘백일법문’의 순서에 대한 문제를 언급한다. ‘백일법문’은 편집된
순서 그대로 보면 불교의 본질/ 중도사상/근본불교 사상/인도 대승경
론(대승경론/중관파/유식파)/천태종/화엄종/삼론종/유식법상종/선종의 순
으로 법문이 이루어졌다. 물론 핵심은 중도의 관점에 의한 불교사상 전
체의 체계를 개관하는 데 있다고 보인다. 대개는 역사적 출현의 순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