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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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법장의 교판론과 퇴옹성철의 불교관 비교 연구 • 149
종의 원교의(圓敎義)에 대한 해석에 그치고 있다. 화엄종의 견해에 대한
좀더 직접적인 견해는 근본불교의 사상을 해명하는 가운데 제시되고
있다.
교리 면에서는 화엄법계연기가 부처님의 진여법계연기를 전통적으
로 계승한 것이고, 실천 면에서는 선종이 진여자성을 분명히 깨쳐
서 법계를 직접 증득한 것입니다. 부처님의 근본 심인(心印)을 증득
해서 전해 내려온 것이 선종입니다. 19)
퇴옹은 불교 연기설의 핵심을 ‘진여법계연기’로 파악한다. 퇴옹은 연
기의 근본인 상의성이 “연기가 진여라는 것은 이 상의성이 생멸의 상의
가 아니라 불생불멸의 상의라는 것입니다. 진여가 서로 의지하는 것이
니, 결국 연기는 진여의 대용(大用)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생멸의 현상
일 수는 없습니다. 전체가 진여의 발현 아닌 것이 없고 서로 의지해서 서
20)
로 모든 것이 건립되는 진여의 대용입니다.” 라고 파악한다. 앞의 인용
문은 『가전연경』 계통의 초기 경전에 나타난 연기의 해석을 제시한 후,
화엄종의 법계연기가 진여법계연기를 교리 면에서 전통적으로 계승한
것이라고 지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연기(緣起)라는 말이 ‘일어난다’는 뜻이긴 하지만 없던 것이 새로 탄
19) 퇴옹성철(2014) 상권, p.209.
20) 퇴옹성철(2014) 상권, p.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