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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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법장의 교판론과 퇴옹성철의 불교관 비교 연구 • 147
로 법문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으며 또 퇴
옹 스스로 법문 내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상의 심천을 따른 순서대로 법
16)
문이 이루어져 있지도 않다. 크게는 불교의 본질과 중도사상 그리고
근본불교의 사상을 한 묶음으로 하고, 인도의 대승경론과 중국의 종파
불교 그리고 선종으로 나누어 구분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온당한 순서
일 수도 있다. 곧 근본불교 이후를 중도의 이론체계와 중도의 실천방법
이라는 두 가지로 대분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구분하고 보면, 『백일법문』에서 화엄교학과 화엄교판의 위상은 중도의
이론체계를 설명하는 부분 중의 단지 하나로만 인식될 수도 있다.
아래에서는 먼저 화엄의 교학에 대한 퇴옹의 관점을 먼저 드러내고,
그 후에 화엄교판에 대한 견해를 살피기로 한다.
1. 화엄교학의 중도에 대한 퇴옹의 관점
화엄교판에 대한 퇴옹의 설명은 서론 다음 부분의 교학의 판석 곧 각
종의 교판을 중도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부분에서 등장한다. 이 부분은
근본불교를 설하기 이전 부분으로, 중도의 관점을 세우고 있는 부분이
다. 교판을 다루면서 퇴옹은 천태종과 화엄종 그리고 법상종을 교종의
16) 저술로서 기획된 것이 아니라 법문으로서 설해졌다는 점이 이러한 부분에서 드러나는 것
이기도 하다고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법문을 총결하는 부분에서 “교(敎)란 중도의 이론
체계이고, 선(禪)이란 중도의 실천방법”이란 언급에서 보이듯이 ‘교’가 중도의 이론체계이
고 ‘선’이 중도의 실천방법임을 드러낸다는 목적의 달성에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순서의 재편집이 가해지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