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1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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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법장의 교판론과 퇴옹성철의 불교관 비교 연구 • 151
觀)이다. 쌍차와 쌍조를 거쳐서 주변함용의 본래세계를 드러낸 진여법계
인 중도연기를 온전히 드러낸 것이 화엄법계연기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퇴옹의 관점은 역으로 화엄법계연기의 관점에 의해 연기의
사상적 변천을 갈래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화엄의 중도관
을 틀로 삼아 불교사상사 전체를 일관하여 해석한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교리 면에서는 화엄법계연기가 부처님의 진여법계연기를 전통적
으로 계승한 것”이라는 퇴옹의 지적은 그 방증이 된다.
2. 화엄교판에 대한 퇴옹의 해석
퇴옹의 중도관이 화엄법계연기에서 비롯되는 진여법계 중도연기를
기준으로 하는 것임을 수긍한 상태에서 화엄교판에 대한 해석을 살펴
보자.
화엄종에서는 대승의 교리를 대승돈교(大乘頓敎)·대승종교(大乘終敎)·
대승원교(大乘圓敎)의 세 가지로 나눕니다. 돈교는 진공절상종(眞空絶
相宗)이라고도 합니다. 모든 분별이 완전히 끊어진 쌍차(雙遮)의 측면
을 돈교라 합니다. 그리고 공유무애종(空有無礙宗), 즉 공(空)과 유(有)
가 완전히 무애한 쌍조(雙照)의 측면을 종교(終敎)라 했습니다. 하지
만 이것도 표현의 차이일 뿐, 실제로 쌍차가 완전히 되면 그것이 쌍
조가 되고, 쌍조가 완전히 되면 그것이 곧 쌍차가 됩니다. 그런데 왜
쌍차와 쌍조를 분리했는가? 혹 현수스님이 잘못 보았다는 말인가?
그것이 아닙니다. 쌍차의 측면을 강조하는 종파를 억지로 ‘돈교’라
이름하고, 도 쌍조의 측면을 강조하는 종파를 억지로 ‘종교’라 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