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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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21
던 것처럼 더 이상의 수행이 필요없다, 만약 수행을 필요로 한다면 그것
은 견성이 아니다. 불교는 부처님을 모델로 하여 그 완전한 깨달음인 원
각을 거듭 재현하는 길을 걷고자 한다. 그 한 길로서의 선종은 본래 갖
춘 불성을 단번에 보아 의심없는 자리에 도달하는 돈오견성의 길을 제
시한다. 이 원각과 돈오를 통합한 수증론이 성철스님식 원돈(圓頓)사상
에 기초한 돈오원각론인 것이다. 요컨대 성철선에서 깨달음은 한 번에
일어나며 그것은 더 이상의 닦음을 요하지 않는 것이다. 닦음이 필요하
다면 그것은 깨달음이 아니다. 이렇게 하여 최초의 깨달음이 곧 최후의
깨달음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철스님의 돈오원각론에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선가의 견성은 진여에 직접 계합하는 증오로서 지해의 차원을 떠
나 있다. 둘째, 그것은 완전한 구경각으로서 미완성의 분증(分證)이 아니
다. 셋째, 그것은 단박에 일어나는 눈뜸으로 완성되는 것으로서 점차적
보완을 거치는 것이 아니다.
13)
이 돈오원각론은 제4장 「무상정각」에서 다시 강조된다. 「무상정각」
의 장에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증득 등과 같은 부처의 깨달음에
대한 전형적 표현과 견성이 함께 언급된 문장을 집중 인용한다. 그 의도
는 다음과 같은 4-1의 인용문에 개입한 부분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확
인된다.
13) 『선문정로』의 전체 설법을 돈오원각론, 실참실오론, 구경무심론으로 나누어 분류해볼 때
제4장 「무상정각」은 특히 이 3대 종지가 함께 언급된 대표적 장에 해당한다. 무상정각이
라는 것 자체가 돈오원각이며, 실참실오이며, 구경무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