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4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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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 『퇴옹학보』 제18집




                                                           26)
            은 곧 공이며, 또한 가명(假名)이며 또한 중도(衆道)이다.” 라고 했다. 개
            체 존재의 본성은 텅 비어 있음으로 개체적 존재의 자성은 실체가 없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없는 절대 무는 아니다. 실체로서 자성은 없지만 우

            리들 눈앞에는 수많은 존재들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용수보살은 이

            를 가명(假名), 즉 거짓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존재의
            속성이 중도이기 때문에 길장(吉藏: 549~623) 역시 존재의 중도성에 대해

            “비록 공하면서도 있음으로 단절이 아니며, 있으면서도 공함으로 영원
                      27)
            하지 않다.” 고 했다. 개체적 존재의 실체는 공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
            도 없는 것이 아니며, 가(假)로써의 존재가 눈앞에 펼쳐져 있지만 영원한

            실체가 아니다. 이처럼 존재는 있음도 아니고, 그렇다고 없음도 아니기
            때문에 존재의 실상은 중도이다.           28)

               존재의 중도성을 규명하는 것은 부파불교의 유론을 논파하는 것을

            의미했고, 그 목표는 부처님의 정법인 중도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퇴옹
            의 중도법문 역시 파사현정이라는 맥락에서는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중

            도법문의 대상과 목표 역시 양변을 지양(止揚)하고 중도를 드러내는 것이
            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이도 존재한다. 용수보살은 법(法)의 실체가 있는

            가 없는가와 같은 철학적 주제에 대한 것이었다. 반면 퇴옹은 변견으로

            인한 시대적 왜곡을 바로잡고 중생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1960년대는 사회적 분열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고통 받던 시대였다.




            26)  『중론』(T30, 33b), “衆因緣生法 我說卽是無 亦爲是假名 亦是中道義. 未曾有一法 不從因緣
               生 是故一切法 無不是空者.”
            27) 『중관논소』(T42, 116a), “眞諦雖空而有 俗諦雖有而空 雖空而有故不斷 雖有而空故不常.”
            28) 서재영(2015b),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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