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5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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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중도법문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 • 185




               교단은 왜색불교 청산과 청정가풍 회복이라는 기치 아래 비구 대처의

               대립이 첨예했다. 민족은 해방 이후 일제잔재 청산을 둘러싸고 친일과
               반일의 갈등이 극심했고, 국가는 남북분단과 전쟁 그리고 좌우이념 갈

               등으로 서로 죽고 죽이는 야만의 시절이었다. 퇴옹의 중도사상은 이와

               같은 시대적 고, 사회적 고를 해소하기 위한 처방전이었다.
                 이렇게 보면 퇴옹의 중도론은 왜곡된 사상을 바로잡는 형이상학적

               차원을 넘어 구체적 현실에 발을 담그고 있다. 변견의 문제는 단지 종교

               적 사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죽고 사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의
               문제였다. 퇴옹의 중도사상은 세상을 지배하는 그와 같은 양변을 치료

               하는 것이었고, 차이를 넘어 서로가 서로를 긍정하는 불이(不二)를 실현
               하는 처방이었다. 당시 한국사회의 고는 갈등과 대립에 의한 것이고, 그

               원인은 양변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변견 때문이었다. 이고득락하기 위해

               서는 그와 같은 변견을 깨고 바름을 드러내는 파사현정이 있어야만 열
               반을 이룰 수 있었다.



               4. 도(道), 쌍차쌍조와 중도실상의 구현




                 상술한 바와 같이 퇴옹의 중도사상이 지향하는 목표는 삿됨을 깨뜨
               리고 정법을 드러내는 것이다. 퇴옹에게 그 정법은 바른 교법이라는 형

               이상학적 주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세속의 갈등과 대립의 원인이 되는

               양변을 극복하고 불이법문을 깨닫는 것은 곧 현실적 고를 해소하는 것
               으로 확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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