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3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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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중도법문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 • 183




               의 가르침을 왜곡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파사현정의 기치를 높이 들었

               다. 논파해야할 사견(邪見)이 실유론이라면 현창해야할 정법은 중도였
                  24)
               다.  모든 존재는 고정불변의 실체로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
               무것도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용수보살의 중도론이다.




                    “ 단순히 모든 것을 부정하는 허무주의도 아니고, 도피와 체념에 사
                     로잡힌 회의주의도 아니며, 결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음을 뜻하
                     는 무(無)도 아닙니다. 그의 공사상의 근저에는 어디까지나 연기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곧 연기하여 생겨나는 일체의 법은 고유한
                     본성, 즉 자성이 없으며, 고정적인 자성이 없으므로 공하다고 설
                     한 것입니다.”  25)





                 용수보살의 공(空) 사상은 허무주의나 완전한 무를 주장하는 것이 아
               니다. 반야의 공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절대 무(無)나 회의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보는 중도적 통찰이었다. 존재의 본성을
               꿰뚫어보면 각각의 사물은 자기의 본성[自性]이 공하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 것도 없는 무가 아니라 연기(緣起)라는 관계망을 통해 존재한다. 이

               런 이치를 『중론』은 연기(緣起), 무자성(無自性), 공(空)이라는 개념으로 압
               축하고 있다.

                 용수보살은 존재의 중도성에 대해 “여러 인연으로 생한 법[衆因緣生法]




               24) 서재영(2015b), 46.
               25) 성철(2014), 342(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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