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2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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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 『퇴옹학보』 제18집




            로를 배제하고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비추고 긍정하는 것이 중도

            의 세계이자 실상의 세계이다. 내면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면 나와 너라
            는 대립은 사라지고 모두가 하나 되는 실상이 드러난다. 퇴옹은 이렇게

            존재의 근본인 중도실상과 계합하려면 양변을 버려야 한다고 설파한다.



            3. 멸(滅), 파사현정과 고의 해소




               사성제에서 멸(滅)은 열반이라는 궁극적 목표이다. 용수보살은 멸로
            가는 방법에 대해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제시했다. 용수보살이 활동할 당

            시 사상계는 수론(Sāmkhyā), 승론(Vaiśeṣika), 정리파(Nyāya) 등이 발전
            하고 있었다. 이들 사상은 모두 존재의 실체를 인정하는 실유론이었다.

            불설일체유부를 비롯한 불교의 여러 부파들 역시 이런 세계관에 경도

            되어 있었다.    23)
               유부는 분석적 방법을 통해 제법을 5위 75법으로 세분한다. 그 의도

            는 제법의 무아(無我)를 논증하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이를 통해 ‘나’라
            는 자아의 무실체성은 논증되었지만 자아를 구성하는 단위로써 제법

            (諸法)은 실재한다는 논리적 함정에 빠지게 된다. 즉 변화하는 현상적 존

            재의 배후에 그 기체(基體)로서 불변의 본질인 본체[自性]가 있다고 본 것
            이다. 여기서 ‘법은 삼세에 걸쳐 있고, 법의 자성[法體]은 항상 실재한다

            [三世實有 法體恒有]’는 실유론이 등장한다. 용수보살은 이에 대해 부처님






            23) 성철(2014), 341(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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