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6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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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 『퇴옹학보』 제18집




               사성제에서 팔정도가 열반으로 가는 실천이라면 퇴옹의 중도론에서

            는 쌍차쌍조(雙遮雙照)가 열반을 구현하는 길로 제시된다. 중국의 여러
            종파에서 중도를 설명하는 논리로 쌍차쌍조를 사용했다. 그러나 퇴옹

            은 “쌍차쌍조를 누구보다도 능란하게 구사하며 중도를 밝힌 이가 바로

                         29)
            천태지의 대사” 라며 천태지의를 높이 평가했다. 백일법문에서 무수히
            언급하는 쌍차쌍조의 논리 역시 지의의 논리에 기반 해 있다. 그런데 쌍

            차쌍조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차별 변견을 극

            복하고 존재의 실상을 체득하는 방법론적 측면이고, 둘째는 존재의 실
            상이 이미 나와 너라는 분별을 초극해 있다는 실상론적 측면이다.



               첫째, 변견을 극복하는 방법으로써 쌍차쌍조

               문자적 의미에서 쌍차쌍조는 ‘양변을 모두 막고, 양변을 모두 비춘

            다.’는 뜻이다. 대립하고 갈등하는 양변을 다 막는 것이 쌍차(雙遮)이고,
            차별하며 배제하려했던 양변을 모두 드러나게 하는 것이 쌍조(雙照)이

            다. 퇴옹은 양변을 모두 버리는 쌍차는 진공(眞空)에 비유하고, 양변을
            모두 비추는 쌍조는 묘유(妙有)로 풀이했다.




                 “ 쉬운 말로 하면 ‘진공묘유(眞空妙有)’입니다. 진공(眞空)은 쌍차(雙遮)

                 입니다. 양변을 완전히 버리니 진공입니다. 진공은 공(空)과 유(有)
                 가 상대하는 그런 공이 아닙니다. 공과 유를 다 같이 버린 진공입
                 니다. … 진공이니 묘유(妙有)입니다. 묘유는 지금 말한 쌍존(雙存)이




            29) 성철(2014), 73(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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