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7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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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중도법문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 • 187
고 쌍조(雙照)입니다. 유와 무를 완전히 버려서 공과 유를 떠난 묘
한 공과 유가 되는 것입니다. 묘한 공과 유라는 말은 공이 곧 유이
고, 유가 곧 공이어서 공과 유가 서로 통합니다.” 30)
중생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가는 변견(邊見)과 양변(兩邊)은 나와 너, 진
보와 보수, 비구와 대처, 친일과 반일 같은 극단적인 인식과 행동이다.
이렇게 갈등하는 두 극단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나와 너를 동시에 부정
해야 하는데 그것이 쌍차이다. 타자를 부정하고 자신을 긍정하고 싶어
하는 것이 중생심이다. 그러나 둘 중 하나만을 부정하면 상대방이 수용
할리 만무하다. 따라서 나와 너가 동시에 변견을 내려놓는 것이 전제되
어야 한다. 나와 너를 동시에 내려놓는 것을 통해 비로소 둘은 긍정될
수 있다. 따라서 쌍차쌍조는 대립과 갈등을 넘어 화해와 공존의 삶을 여
는 인식의 전환이자 실천론이다. 역대의 논사들은 중도를 설명하기 위
해 다음과 같은 설명방식들을 동원했다.
첫째는 『열반경』에 나오는 쌍비쌍역(雙非雙亦)이다. 경에 따르면 “불성
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며, 또한 있는 것이고 또한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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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합하는 까닭에 중도라고 한다.” 라고 했다.
존재의 실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자신만이 옳다고 고집하는 자기중심
적 인식이 해체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직 나만’이라는 인식도 틀렸지만
반대로 ‘오로지 너만’이라는 생각도 틀렸다. 이처럼 자신만 옳다는 나와
30) 성철(2014), 134(상권).
31) 『대반열반경』(T12, 572b), “佛性 非有非無 亦有亦無 有無合故 名爲中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