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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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23
는 것이다. 「무생법인」의 장에서는 인용문 5-2에 대한 다음과 같은 개
입을 통해 돈오원각론을 드러낸다.
悟卽悟自家本性이니 一悟하면 永悟하야 不復更迷니라. 如日出時에
不合於冥하야 智慧日出하면 不與煩惱로 暗俱하고 了心及境하야 妄
想이 卽不生하느니라. 妄想이 旣不生하니 卽是無生法忍이라 本有今
有라 不假修道坐禪이니 不修不生〔坐〕이 卽是如來淸淨禪이니라. 15)
깨달음은 본래 갖추고 있는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 것이므로, 한번 깨
닫기만 하면 다시 잃어버릴 일이 없다. 그러므로 깨달으면 망상이 없는
무심에 이르게 되는바, 이를 무생법인이라 한다. 이것을 수도와 좌선을
통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에서 여래청정성이라 한다는 것이다. 위 인용
문에서 밝히고 있는 마조스님의 설법 주제이다.
성철스님은 시종일관 선문에서 말하는 돈오견성과 여래의 구경원각
이 동일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여기에서 마조스님의 설법을 빌어
무생법인과 여래청정선을 함께 논한 것은 마조선이야말로 돈오견성의
본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상심이 도라 하고, 또 자기 마음이
바로 도라 하며, 이것을 지금 여기 완전히 갖추고 있는 것이므로 닦을 필
요조차 없다고 단언하는 마조스님의 가르침에는 원리적 차원에서의 깨
달음과 실제적 차원에서의 깨달음이 뒤섞여 있다. 자칫하면 이로 인해
15) 『馬祖道一禪師廣錄』(X69, 0003b); 퇴옹성철(2015),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