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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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25





                 결과적으로 유심의 차원에서 깨달음을 운운하는 경향에 대한 비판,

               깨달았다고 하면서 아직도 수행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동시에 행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렇게 보면 좌(坐)→생(生)의 대체는

               깊은 고려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제5장의 설법주제인 무생법인의

               설법을 통해 돈오원각의 논리를 강조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대체
               가 이루어졌다고 이해된다.

                 다음으로 돈오원각론은 그 깨달음의 완전성을 강조하는 제7장 「보임

               무심」의 장에서 변주되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보임에 대한 설법은 깨
               달음의 경계에 대한 보호〔保〕를 강조하는 경우와 맡겨둠〔任〕을 강조하는

               경우로 나뉜다. 성철스님은 이중 맡겨두는 일만 인정하고 보호하는 일
               을 비판한다. 보호하고 지킬 것이 있다면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는 것

               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철스님에게 보임의 의미규정은 극히 중요하다.

               『선문정로』 전체 19장 중 가장 자세한 견해를 피력한 것이 바로 견성즉
               불과 보임무심을 설한 두 장이라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견성즉불은 제1장이자 전체 종지를 드러낸 표종장에 해당하므로 그것
               을 자세하게 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보임무심이 압도적인 분량

               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것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 된다. 해석과

               강설에 보이는 주제 의식 또한 특히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보임무심의 장을 시작하는 처음의 두 인용문이

               보임이 아니라 견성에 대한 설법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 핵심은 본

               래면목을 철증하면 미래겁이 다하도록 자재무애한 대휴헐지(大休歇地)에
               도달하며, 그 열반묘심은 천만년이 다하여도 변이가 없다는 데 있다. 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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