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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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27





                    단번에 바로 잘라내 버리고, 잡아 지키기도 하고 자재하게 노력하
                    기도 하면서 오래도록 길러가는 것입니다. 하나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만법에 잘못이 없습니다. 다만 견해가 일어나 스스로 주체
                    를 자처하는 일이 없도록 간절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니, 자칫 나와
                    대상을 나누는 일에 떨어지면 필연적으로 사랑과 미움의 마음이
                    일어나 구속을 말끔하게 벗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 문장은 깨달음 이후의 자유자재한 생활이 진정한 보임이라

               고 강조하기 위해 인용된 것이다. 그런데 원오스님의 문장에 위 번역과
               같이 조심하고 노력할 것을 당부하면서 견성 이후 빠질 수 있는 위험성

               을 지적하는 내용이 보이는 것이다. 원오스님의 원문과 성철스님의 인
               용 의도 사이에 맥락적 비틀림이 있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원오스님의 본뜻이 ‘한번 증득하면 영원히 증득하는 것

               이니 미래의 끝이 다할 때까지 생성이니 소멸이니 하는 것에 걸리고 막
               힐 일이 없다’는 말에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 말에 이어 ‘견해가 일어

               나 분별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일을 조심할 것’을 언급함으로써 전달하
               고자 하는 뜻에 손상이 일어났다고 보았다. 문단을 생략한 이유에 해당

               한다.

                 원오스님이 말하는 깨달음 이후의 수행이란 견해가 일어나 다시 분
               별에 떨어지는 일을 조심하는 것이고, 굳건하지 못한 발디딤을 조심하

               는 일이다. 이에 비해 성철스님은 한번 깨달으면 ‘미래제가 다하여도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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