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4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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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 『퇴옹학보』 제18집




                           11)
            『禪林類聚』 20권 에는 공안에 대하여 종합적 체계적으로 주제별로
            102가지로 나누어 공안 5272칙이 수록되었다.
               선의 생명은 불도를 수행하고 깨치는 것이다. 깨침이란 분별사식에

            얽매이지 않고 천지우주와 자기가 하나가 되어 능소가 민절하여 所觀의

            理와 能觀의 智가 不二一體가 되는 無碍淸淨한 작용이다. 이와 같은 작
            용으로 끌어들이는 데에 사용된 선의 테크닉 가운데 하나가 곧 공안이

            었다. 따라서 공안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라 깨침으로 나아

            가는 도구 곧 수단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12)
               이러한 공안을 바탕으로 하여 간화선이 등장하게 된 필연적인 근거

            는 아무래도 올곧은 수행을 진행시키기 위한 모색에서 찾을 수 있다. 특
            히 초심자가 좌선에서 겪는 가장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는 망상으로 인

            한 산란심과 寂寂空無에 떨어지는 혼침을 쉽게 추스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것이 타성화되면 久參衲子라도 예외는 아니다. 바로 이와 같은
            산란심과 혼침의 두 가지를 제거하기 위하여 제시된 가장 효과적인 방

            식이 화두를 참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와 같은 화두일념의 상태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의 경우 생각대로 쉽게 화두가 들리지 않




               하여 집대성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T47, 607c-619a)
            11) 『禪林類聚』, (Z67, 1-125)
            12)  이에 대해서는 공안이 수행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가령 공안수행의 경우
               心一境性의 경지가 되어 공안을 참구하는 당사자와 공안 사이에 따로 구별이 없어지는 話
               頭一念의 경지가 그것이다. 그러나 공안은 그 목적이 처음 산란심과 혼침을 제거하기 위
               하여 등장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궁극적으로는 공안의 위상까지도 초탈해야 한다는 점
               에 있어서는 공안이 수단적인 성격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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