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5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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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의 수행과 신심의 상관성 고찰 • 235
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좌선이 습관적으로 몸에 배지 않
은 탓이고, 둘째는 경험이 부족한 까닭이며, 셋째는 화두에 대한 절대
적인 확신의 부족이고, 넷째는 마음을 간절하게 화두에 매어두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와 둘째는 자꾸자꾸 반복을 통해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가 있다. 그리고 셋째는 발심의 문제에 관련되어 있어 일단 구도심을 낸
사람이라면 그 지속성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넷째의 화두에 대한 간절
한 마음은 당사자가 의도적으로 정신을 집중하는 수련이 뒤따르지 않으
면 안 된다. 이것은 근기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서 산란심과 혼침이라
고 둘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이 둘은 그대로가 자신의 本地
風光이고 本來面目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13)
이러한 산란심과 혼침을 동시에 해결하고 나아가서 본래의 면목을
14)
구현하는 방식의 수단으로도 간화선에서 화두를 든다. 이러한 화두
수행을 효과적으로 성취하기 위해서 일찍이 대혜종고는 「辨邪正說」을
13) 왜냐하면 본래 산란심과 혼침이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늘상 독송하는 경전에서
도 ‘죄는 본래부터 자성이 없고 마음 따라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이다[罪無自性從心起]’라
고 하듯이 산란심과 혼침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산란심과 혼침을 굳이 없애려 하지 않
아도 그 자체가 본래 허망한 것인 줄 알고 나면 더 이상 산란심과 혼침은 떠오르지 않는
다. 산란심과 혼침이 생기는 것은 마음이 간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14) 그런데 바로 이와 같은 화두일념의 상태에 드는 것이 쉽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많
은 사람들의 경우 생각대로 쉽게 화두가 들리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좌선이 습관적으로 몸에 배지 않은 탓이고, 둘째는 경험이 부족한 까닭이며, 셋째는 마
음을 간절하게 화두에 매어두지 않기 때문이고, 넷째는 화두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의 부
족이다. 첫째와 둘째는 자꾸자꾸 반복을 통해서 어느 정도 극복할 수가 있다. 그리고 넷
째는 발심의 문제에 관련되어 있어 일단 구도심을 낸 사람이라면 그 지속성이 문제가 된
다. 그러나 셋째의 화두에 대한 간절한 마음은 당사자가 의도적으로 정신을 집중하는 수
련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