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0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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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 『퇴옹학보』 제18집
실과, 화두수행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자기의 자신을 통째로 믿는 것이
다. 이것은 불교의 인과법만큼이나 명확한 명제이기도 하다.
대의문은 대신근의 바탕에서 화두 자체에 대한 의문을 지니는 것이
다. 자신이 해결해야 할 지상의 과업으로서 화두를 들어 그것을 투과할
때까지 내 머리를 내어줄 것인가 화두에 대한 의문을 해결할 것인가 하
는 치열한 행위이다. 여기에서의 의문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다.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의문으로서 그 누가 대신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
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철저한 체험을 통하여 스스로 冷暖自知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의문이 더 이상 의문에 머물러 있지 않고 확신을 자각하게 되
는 순간까지 잠시도 방심하지 않고 오매불망 화두를 참구하는 것이다.
나아가서 화두가 자신을 참구하는 경험을 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신과
화두가 하나가 되는 경험이 화두일념이다. 화두일념을 통하여 더 이상
자신과 화두라는 분별과 그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지속적
으로 밀고 간다. 여기에서는 화두 이외에 부처도 조사도 용납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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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오로지 화두만 있을 뿐이다. 그 속에서 화두를 들고 있는 자신은
항상 惺惺歷歷하고 空寂靈知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분지는 위의 화두를 줄기차게 진행시켜 나아가는 정진이다. 단순
하게 의문만 가지고는 오래 계속하지 못한다.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맹세 내지 오기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 한 번 태어나지 않은 셈치고 화
23) 『臨濟錄』에서 말하는 殺佛殺祖라는 말은 바로 화두의 참구에서는 부처와 조사라는 개념
을 초월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