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1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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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의 수행과 신심의 상관성 고찰 • 241
두를 들다가 죽을지언정 화두에서 물러나지 않으려는 고심참담한 노력
이다.
그러나 화두를 드는데 있어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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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에 대한 의문방식이 ‘왜’가 아닌 ‘무엇’이라는 것이다. 곧 ‘왜 조주
는 개한테 불성이 없다고 했는가’ 라는 의문이 아니다. 이것은 화두에
대한 분별심만을 키울 뿐이다. ‘왜’라고 묻는 것은 과학이고 수학일 뿐
이다. 화두는 과학도 아니고 수학도 아니다. 논리를 초월한 소위 초월논
리이다. 따라서 반드시 ‘조주가 개한테 불성이 없다고 말했다는데 그것
이 무엇인가’ 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는 해답을 기
다리는 질문이다. 이미 제기된 질문[화두]에 대하여 대신근이 결여된 상
태에서의 질문일 뿐이다. 그러나 ‘무엇’의 장식은 특별한 해답을 요하지
않는다. 이미 제기된 질문[화두]에 대한 대신근의 바탕에서 이루어지는
참구방식이다. 그래서 狗子無佛性話라는 것에 대하여 ‘그것이 무엇인가’
라는 참구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화두에 대하여 ‘왜’ 라는 접근방식은 분별망상일 뿐이다. 하나의 화
두에 전념하면 그것이 내면에 깊숙하게 의문덩어리로 자리잡게 된다. 여
기에서 그 의문을 지속적으로 진행시켜 나아가다 마침내 그것을 타파
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생긴다. 이것이 화두타파의 기연이다.
그런데 이 화두타파의 기연에는 반드시 필요한 자세가 절대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의 결심이다. 불퇴전을 통해서 나아가는 깨침은 본래부터
24) 김호귀(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