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4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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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 『퇴옹학보』 제18집




            자신을 깨치는 것은 곧 화두를 깨치는 것이다. 화두를 깨친다는 것은 수

            행과 깨침의 관계에서 매개체로서 수단과 도구적인 기능 내지 깨침의
            작용적인 기능을 말한다. 수단적인 화두의 기능은 예비적인 방편기능

                                                                       29)
            이라면 깨침의 작용적인 기능은 본질적인 정기능이 바로 그것이다.
            말하자면 화두의 수행 내지 화두의 깨침은 혼침과 산란의 제거로부터
            깨침의 실현을 아우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은 곧 대신심의 活現이기

            도 하다.

               공부를 하여 도를 깨치려거든 굳은 신심을 지녀야 한다. 『화엄경』에
            서 말한 「믿음은 깨침의 으뜸이요, 공덕의 어머니이다[信爲道元功德母]」는

            것은 무슨 일이든지 신심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생사를 해탈
            하려거든 이와 같은 견고한 신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이처럼 진리를

            믿고 우리의 자성을 믿으며 수행하면 성불한다는 인과도리를 믿어야 하

            는 것은 신심의 도리를 말한 것이다.
               신심이 갖추어지면 화두를 정하여 지속적으로 밀고 나아가야 한다.

            이것저것으로 바꾸면 마치 부싯돌에서 불을 붙이는 같아서 도중에 멈
            추거나 다른 것으로 바꾸어서는 불이 붙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오늘은 이 화두, 내일은 저 화두 하면서 좋다는 것을 따

            라 자주 바꾸기도 한다. 오로지 한 우물을 파야 한다. 이것이 곧 대혜 간




            29)  이것은 공안이 수행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령 공안수행의 경우 心一境
               性의 경지가 되어 공안을 참구하는 당사자와 공안 사이에 따로 구별이 없어지는 話頭一
               念의 경지가 그것이다. 그러나 공안은 그 목적이 처음 산란심과 혼침을 제거하기 위하여
               등장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궁극적으로는 공안의 위상까지도 초탈해야 한다는 점에 있
               어서는 공안이 수단적인 성격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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