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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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31
음〔因地〕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고 실질적 결과로서의 깨달음〔果地〕에
대한 강조에 주력한다. 일반적인 불성에 대한 논의와 초점이 다른 것이
다. 불이론의 원리에서 원인과 결과가 둘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러나 실제 수행의 현장, 깨달음의 점검에 있어서는 원인은 원인이고 결
과는 결과이다.
우리가 가능성으로서의 부처를 안고 있다는 원리에 눈뜨는 일은 중
요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결과로 이어질 때라야 비로소 의미를 완성
하게 된다. 만약 실제적 깨달음이 없이 가능성으로서의 부처에 대한 논
의만 반복한다면 결국 그림의 떡이라서 배를 불리지 못한다. 더구나 가
능성으로서의 부처인 불성은 씨앗과 같이 숨어 있으므로 직접 확인할
수 없다. 씨앗은 오직 그것이 발현한 꽃과 열매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
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성을 가난한 집의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
창고와 같다고 비유하는 것이다. 그것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 가지
고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간절한 마음으로 직접 찾아내어 그 문을 열어
젖혀 직접 그것을 쓰기 시작할 때 숨겨진 창고는 진짜 보물창고가 된다.
창고를 열어젖혔다는 것은 스스로 부처가 되어 다양한 경계를 체험
하고 확인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성철스님은 「중생불성론」의 장에서 사
무애지〔2-3〕, 10력, 4무소외, 대비와 4념처〔2-6〕, 상주항일〔2-7〕, 상락아
정〔2-8〕, 3신4지〔2-11〕 등을 언급한 『대열반경』의 일련의 문장들을 인용
하여 불성이 구현된 결과로서의 지점〔果地〕를 집중적으로 드러내 보여주
고자 한다. 불성은 오직 그것이 발현한 대열반의 경계를 통해서만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애지를 논한 2-3의 경우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