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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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33
게 된다는 문장이다. 이 비밀의 보물창고〔秘藏〕는 불성에 대한 몇 가지
비유, 즉 용사의 이마에 박힌 보주(寶珠)의 비유, 설산 약미(藥味)의 비유
에 이어 세 번째 비유로 제시된 것이다.
성철스님은 불성을 실제적으로 깨달아 아는 일을 강조하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그것은 해오(解悟)의 간접성과 상대되는 직접성을
특징으로 한다. 깨닫기 전에는 볼 수 없는 것〔不可見〕으로서 깨달아야만
실증하여 알게 된다〔證知〕는 것이다.
이러한 문장을 인용하면서 밑줄 친 부분을 생략하였는데 ‘여래의 비
밀창고는 어떤 것으로도 파괴하거나 소멸시킬 수 없다. 비록 파괴할 수
는 없지만 볼 수도 없다.’는 뜻이다. 성철스님은 수행과 깨달음에 대한 비
유나 논리적 설명들을 대부분 생략한다. 비유적 표현은 실제로 체험하
지 못한 것을 이미 체험한 다른 어떤 것에 견주어 이해하도록 하는 효과
적인 언술전략의 일환이다. 그런데 그로 인해 내가 그것을 알고 있으며
체험했다는 착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성철스님이 비유적 표현을 생략
하는 이유가 된다. 다음 12-2의 인용문을 비유를 생략한 또 하나의 예
로 들 수 있을 것이다.
進破微細無明하고 入妙覺位하면 〔永別無明父母, 究竟登涅槃山頂, 諸法不
生般若不生, 不生不生,〕 名大涅槃이니 〔以虛空爲座 成淸淨法身〕 居常寂光
土니라. 24)
24) 『天台四敎儀』(T46, 0780a); 퇴옹성철(2015),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