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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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 『퇴옹학보』 제18집
앞의 밑줄 친 부분은 묘각, 대열반에 대한 설명에 해당하는데 태어나
면서부터 함께 한 무명을 영원히 이별하고 열반을 성취하여 모든 현상
의 생성이 없고, 반야의 생성도 없으며, 생성 없음의 생성조차 없는 진
정한 불생불멸의 차원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무명을 부모에 비유하
고 열반을 산의 꼭대기에 비유하고 있다. 성철스님은 수행과 깨달음에
대한 형상적 묘사와 비유를 대부분 생략한다. 그것이 지해적 차원의 이
해를 불러일으키고 이에 기초하여 깨달음을 자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에게 구경무심과 견성은 비유와 설명을 듣고 알아듣고 이해해
서 도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또한 지해적 차원의 이해가 실제적 깨
달음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생략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밑줄 친 부분과 같이 ‘허공을 보좌로 삼아 청정법신을 성취
한다’는 은유적 표현이 생략된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것이 상적광토에
거주한다는 말과 중복된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기도 하지만, 형상적 묘
사와 비유를 달가워하지 않는 문장관에 기인한 생략이기도 하다. 다음
12-8의 문장에는 직유적 표현의 생략이 보인다.
此三法이 不縱不橫하며 不並不別하니 〔如天之目, 似世之伊〕 名祕密
25)
藏하야 大涅槃이니라.
25) 『華嚴經疏注』(X07, 0829b); 퇴옹성철(2015), 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