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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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 『퇴옹학보』 제18집
고, 초지 이후의 보살은 안견(眼見)한다고 보았다. 그 설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다.
성철스님은 그래서 4-10에 10지의 안견(眼見)이 철저하지 않음을 밝
히는 문장을 함께 인용한다. ‘10지는 양안(兩眼)으로 보나 명료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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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여래의 불안(佛眼)이라사 요요명명(了了明明)히 궁진(窮盡)한다’ 는
것이다.
이 일련의 문장 인용을 통해 성철스님은 10지 보살과 제불세존이 연
속의 관계가 아니라 극복과 단절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성철스님이 보살의 지위를 말하는 문장을 인용하는 것은 그 극복
과 단절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성취가 있을 때 그것이
구경이 아니라면 바로 버려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토대로 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이다. 해오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것은 간접적으로 보는 문견(聞
見)과 같은 것으로서 이것을 극복할 때 직접 보는 안견(眼見), 실질적 깨
달음인 증오(證悟)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8장 「오매일여」의 장에서는 실참으로 안내하기 위해 실제적 체험
으로 확인되는 삼매의 경계를 제시한다. 동정일여, 몽중일여, 숙면일여
가 그것이다. 보통 선문에서 말하는 무심이나 오매일여, 생사일여는 불
이론의 원리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이해하는 일만 가지고도
스스로 그러한 경계에 도달했다고 자처하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데 동정일여, 몽중일여, 숙면일여의 진위를 가리는 일은 매우
31) 『大方廣佛華嚴經隨疏演義鈔』(T36, 0644c); 퇴옹성철(2015),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