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0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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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 『퇴옹학보』 제18집
“죽을 때까지 있을 생각으로 왔습니다.”
다시 뒤돌아본 林공사는
“하하, 죽을 때까지 있습니까? 지금처럼 윤번이 왔다 갔다 해서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그 각오라면 재미있네요. 언제가 또…”
라고 말하고 나서 공사에 대한 신임 인사는 끝났다.
공사의 이 태도에 매우 불쾌한 생각이 들어 별원으로 돌아간 井波
師는 나중에 이르러 공사가 윤번이 안정적으로 근무하는 사람이 없었
음을 조금 분괴(憤愧)했다는 것을 듣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고 한다.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로 당시 경성별원의 위상 정도를 엿볼 수 있어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누를 길 없다.
별원의 궁박(窮迫)과 러일전쟁 (56쪽)
1903년 12월 교토 본산으로부터 포교 개정계(改正係) 出雲路善祐
師가 돌연 경성으로 출장을 왔다. 당시 본산에서는 石川內局의 방만정
책으로 비상 재정난을 겪고 있었는데, 해외개교도 일시 중단이라는 소
문조차 떠도는 때였다. 出雲路師의 갑작스러운 출장은 바로 이와 무관
하지 않은 업무의 성격이었다. 지금까지 경성별원은 금 850원을 교토
본산으로부터 보조를 받아 겨우 경영해 왔다. 앞으로는 이 보조를 전부
폐지하고 경성별원 활동도 중지할 수밖에 없고, 이곳도 일시적으로 관
리 당번을 두는 것으로, 井波師에게도 마침 내지의 적당한 곳에 전임할
것을 종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