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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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퇴옹학보』 제18집
상 멸진정의 오매일여 경계 역시 결국은 극복해야 할 새로운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이 점은 성철선의 또 다른 종지인 구경무심론에 해당하므
로 장을 바꿔 논의하게 되겠지만 그것은 이와 같이 돈오원각, 실참실오
의 논의와 함께 통일되어 제시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편 제11장 「내외명철」의 장에서는 내외명철이 실경 체험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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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강조하여 ‘실제로 견성한 이가 아니면 알 수 없다’ 는 점을 거듭 강
조한다. 역대의 선사들 역시 이를 실경으로 체험한 일을 전하고 있다.
『혈맥론』에서는 내외명철을 성인의 표징으로 보면서 이를 성취하기 전
에 태양보다 밝은 광명의 출현을 언급한다. 이를 통해 남은 습기가 다 사
라지고 법계의 자성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러한 실경 체험에 이어 궁극
의 깨달음이 뒤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것은 ‘부처만 알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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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일일 뿐 설명할 수 없다’ 고 말하고 있다.
내외명철의 설법은 바로 앞의 대원경지에 꼬리를 물고 전개된다. 대
원경지는 그 어휘의 상징성으로 인해 자신이 체험한 어떤 경계를 그것
으로 해석하는 아전인수격 착각이 일어나기 쉽다. 그래서 대원경지의
특징인 내외명철을 실제 경계로 제시한 것이다. 첫 인용문의 해설을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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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鏡智)로 관조하여 내외가 명철(明徹)하면 이것이 견성’ 이라는 말로
시작한 것이 그 증거가 된다. 이 해설이 겨냥하는 혜능스님의 원래 문장
34) 퇴옹성철(2015), 239.
35) 『達磨大師血脉論』(X63, 0004a), “如人飮水冷暖自知, 不可向人說也. 唯有如來能知, 餘人
天等類, 都不覺知.”
36) 퇴옹성철(2015),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