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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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 『퇴옹학보』 제18집




               이는 마치 동과 정 가운데 靜을 기준으로 불변의 常을 제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한 가지에 대한 집착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며, 시간
            에 대한 기본적 입장은 不二의 중도이다. 이 점에서 “‘감’을 말하여도 반

            드시 ‘간다’는 것이 아닌 것은 사람들의 常見을 막기 위함이다. ‘머무름’

            을 말하여도 반드시 ‘머무름’이 아닌 것은 사람들이 말하는 ‘머무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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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 편견을 해소는 것일 뿐” 이라고 하고, “‘상’(常)을 말하여도 그것은
            ‘머무름’(住)를 말하는 게 아니고, ‘거’(去)를 일컬어도 그것은 ‘옮겨감’(遷)

            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옮겨가지 않기 때문에 비록 간다 해도 항상 정지
            해 있는 것이고,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비록 정지해 있어도 항상 움직여

                 17)
            간다.” 고 하며 특정 어느 한쪽만으로의 집착을 경계한다. 그러므로 승
            조가 제시한 범지라는 예시는 不遷(常)이면서 동시에 실체 없는 無常의

            존재이기도 한다. 즉 “사람들은 소년일 때나 장년일 때 같은 몸이라고 생

            각하며 백년의 일생을 동질적으로 생각한다. ... 그러므로 범지가 출가
            하였다가 백발이 되어 돌아오자 이웃사람은 ‘옛 사람이 여전히 살아있

            는 것인가?’고 물었다. 이에 범지가 ‘나는 옛 사람인 것 같지만 옛날의
                                          18)
            그 사람이 아니다.’고 대답하였다.” 라는 예시에서 사람들은 현상적으
            로만 변화하고 그 실체인 자성은 三世에 걸쳐 불변이라고 여기지만, 과

            거의 범지, 현재의 범지, 미래의 범지는 각각 그것이 속한 一世에만 머무




            16) 「物不遷論」(T45, 1858), “言去不必去, 閑人之常想. 稱住不必住, 釋人之所謂往耳.”
            17)  「物不遷論」(T45, 1858), “言常而不住, 稱去而不遷. 不遷, 故雖往而常靜; 不住, 故雖靜而常
               往.”
            18)  「物不遷論」(T45, 1858), “人則謂少壯同體, 百齡一質. ... 是以梵志出家, 白首而歸. 隣人見
               之曰: “昔人尙存乎?” 梵志曰: “吾猶昔人, 非昔人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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